공지사항


[전기신문 기사] (신년좌담회) 전기산업 디지털전환,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본문

▶일시: 2021년 12월 17일

▶장소: 서울 방배동 전기진흥회관

▶패널:

김태용 한국전력 대전세종충남본부장(전 디지털변환처장)

심종태 제나드시스템 부회장

서장철 LS일렉트릭 미래신성장연구단장(이사)

이영규 아이티공간 대표

이창수 전기산업진흥회 글로벌마케팅실장

사회: 송세준 전기신문 산업팀장

2021년 12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산업 전반의 지능정보기술 활용 촉진을 위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 공포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산업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을 3년 단위로 수립하고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초연결 사회로 접어들며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이 거대한 아젠다가 되고 있다.

업종을 망라하고 DX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고 싶은 수많은 기업의 강력한 자산이자 유용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신문은 전기산업진흥회와 2022년 신년 공동기획으로 전기산업 디지털 전환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송세준 전기신문 산업팀장(이하 송팀장)= 디지털 전환은 개념적으로 워낙 광범위하다. 사전적으론 전산화 단계(아날로그 형태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와 디지털화(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 단계를 거친 혁신을 의미하는데, 패널들이 생각하는 디지털 전환은 무엇인지부터 얘기해보자.

김태용 한국전력 대전세종충남본부장(이하 김 본부장)= 구글링을 하면 디지털 전환이나 변환에 대한 정의는 매우 방대하다. 저는 데이터 통합과 활용, 즉 데이터인틸라이제이션(Data Integration and utilization)’이 곧 디지털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통합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기존에 했던 일들도 가치나 효율성이 높아지고 변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심종태 제나드시스템 부회장(이하 심 부회장)= ICT를 활용해 기존의 전통적 구조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보다 저는 조직의 습관을 바꾸는 하나의 ‘여행’이라 정의하고 싶다.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DX로 갈 수 없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법, 새 방식으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를 구축하는 것을 디지털 전환이라 정의하겠다.

이영규 아이티공간 대표(이하 이 대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의 방향과 목표, 목적을 인식해야 가치가 있다. 단순히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장철 LS일렉트릭 미래신성장연구단장(이사, 이하 서 단장)= 기업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은 결국 하나의 수단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경영전반을 변화시키고 매출과 수익성을 포함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송 팀장= 기업들은 실제 사업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 트렌드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나.

서 단장= 대세인 것은 확실하다. 플랫폼 및 B2C 기업뿐 아니라 B2B 기업들도 DX가 화두다. 선진 경쟁사로 볼 수 있는 ABB나 지멘스, 슈나이더의 운영혁신, 사업혁신을 봐도 그렇다. LS일렉트릭도 오래전부터 구자균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긴 호흡 속에서 체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운영 혁신 측면에서 2021년 ‘세계 등대공장’에 선정된 것이나 디지털기반 신사업 측면에서 ‘테크스퀘어’(오픈형 스마트공장 플랫폼)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이 대표= 관측이나 측정을 해야만 방향을 정할 수 있고 의도를 개선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과 ESG가 큰 방향인 것은 분명한데 왜 해야 하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기업마다 격차가 있다.

송 팀장=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디지털전환 흐름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기중앙회 조사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는 100점 만점에 41점 정도에 불과해 디지털 전환 역량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중견기업이 5곳 중에 1곳에 불과하다. 전기산업계 기업들은 어떻게 DX 전략을 짜야 하나.

서 단장= 하나의 기업을 놓고 보면, 기존 조직의 관성 때문에 DX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top management의 의지와 목표가 중요하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쏟기가 어렵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나오고 있고 대기업의 상생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중소기업 CEO의 의지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

김 본부장=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강력한 수단과 도구가 됐다. 카카오앱을 통한 백신 예약 등 자연스런 디지털화는 쉽게 전파된다. 방역이나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가능했고, 온라인 쇼핑도 일상화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생활은 이미 디지털 변환 흐름에 들어가 있다. 정부도 DX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염두하고 있을 것이다.

심 부회장= DX로 가는 1차적 사고전환이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제도가 뒷받침되고 진흥회든 정부든 누가 나서서 리딩을 하면 전환 속도는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

송 팀장= 전기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가해보자.

심 부회장= 전기산업만 조사하면 한참 낙제점인 20점대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전기산업은 일반 산업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고유 업종으로 구성돼 사업이 안정될수록 DX를 거부하는 경향도 있다. 디지털 전환은 구조적 변화다. 결국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면 추진력에 상당부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구심점이 필요하다. 전기산업진흥회가 큰 기업들을 설득하고 작은 기업들의 기를 살리면서 제도적 선순환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동참하면 나머지도 휩쓸려서 갈 수 있지만 이게 아니라면 속도가 매우 더딜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지능화분야 기업이나 단체들은 IT와 에너지, 데이터 분석 등을 인공지능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힘을 뭉치고 있다.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 즉 D.N.A로 불리는 지능화사업을 사실은 전기분야가 수행할 수 있다. 이 분야에 대한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를 보유하고 있는 쪽은 오히려 전기 업종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과 데이터, 에너지 부문에서 도메인 날리지를 보유한 전기산업의 영토 확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송 팀장= 그렇다면 우리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한다고 보나.

김 본부장= 전기업계 다수를 차지하는 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려고 노력하면, 다시 말해 변해가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으면 된다. 결국 데이터 통합과 활용이 열쇠가 될 것이다. 센서와 IoT를 실제로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엔 일정부문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소기업이 센서와 IoT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두 번째는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미 형성은 돼 있다. 전기업 하나만으로 이젠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대규모 플랜트 회사들이 데이터 분석 기업에게 컨설팅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처럼 전기업계도 IoT를 통해 DX로 가는 길목에서 일정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에스코 산업에서 이익을 공유하듯 전기와 데이터 분석 기업간 생태계가 자연스레 조성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프라핏 쉐어링(PS, 이익 공유)이 가능해야 진정한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표= 그동안 전기산업은 정부나 한전 덕분에 흔한 말로 잘 먹고 잘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테슬라나 구글이 발전 사업을 하는 시대다. 한전이 혼자 지키기 어려운 시장이다. 이제는 같이 지켜야 한다. 기존의 생태계에서 체력을 키우지 않으면 변압기나 배전반이나 기자재 제조업은 모두 다 힘들어질 것이다. 미래 먹거리는 에너지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다. 이 분야에 대한 소프트파워를 키우고 흡수하지 않으면 우리 시장의 생태계는 무너질 수 있다. 전기인들이 설 자리를 더욱 좁아질 것이다.

이창수 전기산업진흥회 글로벌마케팅실장= 전기업계도 DX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지난 9월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전기산업 디지털전환 확산을 위한 생태계 구축위원회’를 발족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우리 업계의 DX 수준이 어떤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1월말까지 총 81개사(대면 26개 포함)를 조사했다. 조만간 대략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고 2022년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세부계획을 마련하겠다.

심 부회장= 앞서 언급된 것처럼 타 업종과 프라핏 쉐어링이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우선은 작은 실천을 꾸준히 시도해 성공케이스를 쌓아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작은 실천들이 성공으로 이어지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 기업의 습관도 전환될 것이다.

송 팀장= 전기산업 디지털전환 생태계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는 게 좋은가.

김 본부장= 디지털 전환은 산업계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다. DX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없이는 전기산업계가 강력한 중견기업 몇 개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DX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업계가 탄생해야 한다.

서 단장=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세에 올라타지 않으면 기업은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 회사 경영 전반을 혁신하고 가속성장을 해서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심 부회장= 통계를 보니, 미국에서 2018년 DX에 투자한 돈이 1조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 9000억 달러가 실패비용으로 평가됐다. 전통기업이 변화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DX는 쉽지 않는 과제다. 우리는 정부가 일정규모 예산을 지원하면 단기에 아웃풋이 나오길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 실패비용만 누적될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산업계 전반의 디지털화 수준이 올라갈 수 있도록 육성책이 필요하다.

이 대표= 카이스트가 지능화 분야 하나로 100억원의 R&D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현장 전기인들의 아이디어를 지식산업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R&D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전이나 LS일렉트릭처럼 거대 기업이 큰 비전을 던지고 작은 기업들이 생태계를 이뤄 파이를 골고루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어보자.

김 본부장= 전기업계도 그동안 없지는 않았다. 초전도 기술과제나 스마트원자력 발전 등이 예다. 중소기업 R&D 기금을 따로 편성하는 등 ‘전기산업 디지털전환 확산을 위한 생태계 구축위원회’에서 활발하게 논의하며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지원기금은 업계 생태계를 디지털 생태계로 전환하는 데 서야 한다.

송 팀장= 새해에도 전기산업의 주요 키워드는 탄소중립과 디지털전환이 될 것이다. 끝으로 정부나 업계에 바라는 점을 얘기해 달라.

서 단장=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생존의 이슈를 마주하고 있다. 우선 실행하고(do), 빨리 실패해 보고(fail fast),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지 배우고(learn), 다시 시도해보는(redo) ‘애자일’(agile, 민첩한) 혁신이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 업계가 대세에 빠르게 대응하고 생존을 넘어 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심 부회장= 신년을 맞아 조직의 습관을 바꾸는 여행을 떠나보자. 어차피 변화할 거면 DX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성공가능성이 높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회를 주자.

이 대표= 전 지구적 디지털 전환의 자원을 꼽으라면 단연 ‘전기’다. 전기의 생애주기 전체가 측정의 보고다. 모든 게 전기산업 안에 있다. 전력인들의 도구가 데이터와 네트워크, AI 등 디지털 전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가 DX라는 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도전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 실장= 새해에는 기초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려 한다. 산업지능화협회의 ‘산업디지털연대’ 사업에 참여하거나 발전소내 주요 설비를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해보려 한다.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확산하기 위해 로드맵을 수립하고 산업부 정책연구과제 등도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많은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김 본부장= 전기업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10일만’이란 용어가 있다. 10가지를 시도해서 하나만 성공하면 매출이 만 배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대를 열며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5조원을 확보했다. 우리 전기계 기업들도 ‘10일만’을 향해 전진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송 팀장= 우리 전기산업의 디지털전환 현주소와 미래 방향을 짚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기업의 이익과 매출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의 산물로 정의되는 시대다. 제조의 지능화는 실시간 모니터링과 고효율·고품질 제품을 양산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길 응원한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

페이지 정보

등록일 22-04-28 16:29